지적장애인 유인 보이스피싱…'명의 악용'
[단독] 지적장애인 유인 보이스피싱…'명의 악용'
[앵커]
지적장애인들을 유인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시킨 조직 간부가 구속됐습니다.
지적장애인들의 명의를 악용해 무더기로 유심칩을 개통했는데요, 범죄에 동원된 지적장애인들도 법 적용을 피하진 못했습니다.
윤솔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골목길 끝, 텅 빈 빌라 반지하 방. 얼마 전까지 보이스피싱 일당이 모여있던 합숙소입니다.
[인근 주민] "제가 봤던 장면에서는 4명 이상으로 보였고요. 남자, 여자가 섞여 있었던 것 같고…"
20대 남성 둘, 여성 둘로 이뤄진 이들은 지적장애인들.
지난해 9월, 인터넷에서 대출 광고를 보고 전화 상담을 받았는데, 어느새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돼 있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인 42살 A씨는 지적장애인들이 금융 정보에 어둡다는 점을 악용했습니다.
생활비를 대주며 환심을 산 A씨는 이들 명의로 법인 20개가량 개설한 뒤, 200여 개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만들어 본부가 있는 중국에 넘겼습니다.
법인 명의로 하면 유심칩을 더 쉽게 개통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겁니다.
[휴대폰 대리점 직원] "그런 얘기가 많이 돌더라고요. 법인 사업자로, 개설한 지 얼마 안 돼가지고…할부금이 나오니까 와서 개통을 해달라고 해요."
이들의 범죄 행각은 지난 10월부터 최근까지 계속됐습니다.
피해액은 최소 5억 5천만원으로 추정됩니다.
경찰 추적이 시작되자 인천에 머물던 A씨는 조직원들을 활용해 수사망을 피해왔지만, 지난 8일 유심칩을 개통했던 휴대폰 대리점 근처에서 체포됐습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A씨를 사기 방조 혐의 등으로 구속했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당하다 함께 붙잡힌 지적장애인 4명 역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