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정지 풀어줄 테니 돈 내놔"...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
[앵커]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가 끊이지 않으면서 피해자가 신청하면 돈이 이체된 계좌 입출금을 즉시 정지하는 등 보호 조치도 강화됐는데요.
역으로 이 점을 악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 또 등장해 주의가 필요합니다.
임성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6월, 자영업자 이준 씨는 중고거래사이트를 통해 만난 남성에게 20돈짜리 금팔찌를 팔고 계좌로 대금 560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갑자기 계좌가 먹통이 됐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입출금 정지를 신청해 거래가 막힌 겁니다.
[이 준 / 신종 보이스피싱 피해자 : 구매했던 사람이랑 연락이 안 되고 제가 알아보니까 '이게 사기였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엄청 막막했어요.]
알고 보니, 금팔찌를 사 간 남성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습니다.
직거래 약속을 잡은 뒤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판매자 계좌로 돈을 보내게 하곤 금팔찌만 챙겨 달아난 거였습니다.
[이 준 / 신종 보이스피싱 피해자 : 560만 원 묶여있어요. 소송 진행 중이고, 솔직히 560만 원으로 변호사 사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잖아요. 그만큼 어렵고 심리적 불안감을 가지고 있고요.]
대구에 사는 A 씨도 비슷한 피해를 당했습니다.
지난 2월 난데없이 통장에 15만 원이 입금되더니, 계좌가 먹통이 된 겁니다.
이 역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피해자에게 A 씨 계좌로 돈을 보내게 한 뒤 뒤늦게 알아챈 피해자가 지급정지를 신청한 탓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 과정에서 묶인 계좌를 풀어주겠다며 A 씨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A 씨 / 통장 지급정지 피해자 : 그 사람한테 메시지를 보내니까 합의할 것인지 말 것인지 이런 식으로 하다가 내가 왜 합의를 해야 하느냐 하니까 연락을 (끊었습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지급정지 제도를 만든 뒤 오히려 보이스피싱 조직이 제 3자를 끌어들여 역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계좌 주인이 지급정지에 이의신청할 수 있지만, 입금된 돈이 물품이나 용역 서비스 제공에 대한 대가라는 걸 소명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이 때문에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은 피해자들이 아무 관련 없는 계좌에 돈을 보낸 뒤 지급정지 신청을 해 거래가 막혀버려도 계좌 주인들은 이의제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고병완 / 금감원 금융사기대응팀장 : 이른바 '통장 협박'에 대해서도 지급 정지 종료 사유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통해서 선의의 계좌 명의인을 보호할 수 있도록 대응책을 논의 중입니다.]
최근 3년간 국민권익위에 접수된 관련 민원만 2만 건에 육박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는 보이스피싱.
수법도 날로 고도화돼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